먼지처럼
죄인이며
그리하여 먼지처럼 살다 가고 싶다는
너의 단단한 울림에
사나운 칼질 멈추고
증오에 떨던 마음을 다듬기 시작했다
갈라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사람 곁에 다가가 웃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삶은 구수한 향을 냈다
남들이 버린 것을 갖고 출발하는 것은 흐뭇하다
남겨진 손때는 애정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들은 버려짐이 생소하다
이해할 수 없는 오늘에, 추한 눈물 흘리던 것들을 거두고 나면
그들은 내 곁에서 눈물 훔친다
새로운 손길 받으며 같은 꿈을 꾼다
살아야겠나니
예전처럼이 아니고
먼지처럼 살아야겠나니
손쉬운 삶은 가버렸고
남겨진 것은 얼마 없다하니
서늘한 칼 버리고
가끔씩 컬컬 웃으며 살아가야하느니
주어진 대로 흘러가야 하느니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