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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BY 시 쓰는 사람 단 2013-02-19

 

먼지처럼




죄인이며

그리하여 먼지처럼 살다 가고 싶다는

너의 단단한 울림에

사나운 칼질 멈추고

증오에 떨던 마음을 다듬기 시작했다

갈라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사람 곁에 다가가 웃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삶은 구수한 향을 냈다



남들이 버린 것을 갖고 출발하는 것은 흐뭇하다

남겨진 손때는 애정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것들은 버려짐이 생소하다

이해할 수 없는 오늘에, 추한 눈물 흘리던 것들을 거두고 나면

그들은 내 곁에서 눈물 훔친다

새로운 손길 받으며 같은 꿈을 꾼다



살아야겠나니

예전처럼이 아니고

먼지처럼 살아야겠나니

손쉬운 삶은 가버렸고

남겨진 것은 얼마 없다하니

서늘한 칼 버리고

가끔씩 컬컬 웃으며 살아가야하느니

주어진 대로 흘러가야 하느니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