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자랍니다.
창 가득 맑게 퍼져오는 햇살이 있고
바람따라 날리는 나뭇잎들이 있으며
비 오면 졸졸 따라나서는 시내도 있고
까만 밤 반짝반짝 웃어주는 별들이 있기에
나는 가질 순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부자랍니다.
찌르르 찌르르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풀벌레 합창이 있고
또드득 또드득 발걸음마다 안겨오는 자갈들 몸짓이 있으며
쏴아쏴아 유혹하는 바다의 나긋나긋한 미소도 있고
소리없이 내려와 눈물꽃이 되는 하얀 겨울이 있기에
나는 채울 순 없지만 나눌 수 있는 부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