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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집


BY 김규민 2012-11-05

 

까치집

 

 

 

 

베란다 마주보이는 나무 끝에

얼기설기 까치집 하나

 

바람이 한번 불자

휘청 까치집이 흔들린다

 

나뭇가지들로 지은 구멍 숭숭 뚫린

하늘 위의 작은 집

허공이 지나가고 그 허공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뜨뜻한 구들 한 장 없어

발이 시린

발가락에 얼음 어는 집

 

그날 이후, 나는

방에 누워 있어도

까치집이 생각났다

 

아무리 이불을 덮어도

시린 발

내 발가락에도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는 까치집에 산다

 

 

 

- 김규민 시집 <빨간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