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가난한 사람이라고 한다
돈 없는 사람은 영혼도 가난하다고 한다
태초에 지구의 등에 돈을 업고 태어난 것으로
창조한다
가난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노릇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어느 양계장 몇 번이나 이름없이
한 40일동안 사료를 먹고 살다가 고소한 기름에 튀겨진
치킨의 일생이 더욱 숭고하다
지금 같으면
외양간에서 한 삼년 잘 살다가 사람의 입으로 꼭 들어가야만
멋진 암소 한 마리 일생이 더 정직하다
아 ! 지금은 멋진 가을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눈에 비친 그 가을 속에서
누군가의 힘에 밀려 떨어진 낙옆보다 더 못한 숨소리들이
틈새마다 숨겨져 있다
낙옆은 작년의 가을을 은폐한다
멋진 풍경속은 거울 속에 또 거울 속에 반사된다
너무 먼 거리라서 모른다고 해도 괜찮은 얼굴
알 것 같은 관계 속에 맺은 흐리멍텅한 눈빛 교환에 익숙하다
무엇이든 이렇게 저렇게 살다가 간 세월이
길들여져 가기만 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