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는 것은 아름답다
잠깐 동안
의식의 부재
누군가의 부석거림에
눈을 뜬다
거슬거슬 페인트가 벗겨진 의자에 앉아
두 청년은 피로를 기댔고
두 처녀는 소란스러움을 기댔고
두 노인은 세월을 기댔다
그렁하게 닫힌 창 틈 사이로
바람이 가시지 않는다
틈이 변할수록
바람 소리 더욱 거세진다
좁은 틈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에
간이 배어있다
어느새
바다 곁에 실려왔다
창보다 더 큰 문 열고
막힘없는 곳으로 나아간다
아!
바람이
차다
한발 한발 내 딛는 곳에
바다모레의 스석거림
스석스석
모레도
차다
모레 끝에서 머뭇거리는 파도
머뭇대는 파도에 발을 담그니
찰랑찰랑
차고
낯설다
삶이 낯선 단계를 만나
시림을 이해하는 것처럼
몸은, 간이 된 바람과
서걱거리는 모레 끝에 매달린
파도에 젖으며
그 명제에 익숙해진다
낯선 것은 차갑다
그러나 점점 익숙해지면
아름답다
*2012년, 시집일기, 시 쓰는 사람 단, 티스토어(tstore)-이북(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