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44

멀어짐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9-16

 

멀어짐




비 내려

여린 비린내 섞인  비 향기 느끼며

잎 너른 나무 작은 벤치에 앉아

시간의 흐름에 빛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일기장처럼

더듬거리는 기억력 의지한 채

내 젊음에 위치했던

외로움과 사랑에 대해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자 한다



그 때 세상은 어둠이고 비였다

간간히 플랫폼 비추고 있는 연한 가스등은

억센 비와 짙은 어둠속에 묻혀

슬픈 그림자 만들어내고

지친 영혼 어딘가로 옮겨 줄

어떤 실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폐부 깊숙한 곳까지 다다랐던 담배연기는

어설픈 한 숨에 섞여

습기 베인 어두운 공간에 하나 되어

어스름한 비안개 되어 버린다



질척한 바닥에 놓인 그림자는

빗방울의 진동에 \'짓\'이겨져

창백한 추위와 하나 되어

꾸밈없는 슬픔이 되어갔다



잠시 동안 찾아왔던 행복한 시간에도

정신없이 너의 따스한 곳을 더듬던 절정의 순간에도

언젠가 니곁을 떠나야 한다는 정해진 사실 떠올리며

한껏 사랑에 빠져있던 순진한 영혼 우울하게 했다


서로에게 부여된 이질적인 운명 속이고

지나치게 깊고 길어진 사랑은

예정 없던 행운이었기에

사랑 끝에 보였던 침묵이

남겨진 자에 대한 작은 배려처럼 느껴졌다



세련되지 못한 표정으로

헤어짐의 시간에 상처 낼 까봐

재빨리 시선 돌려

니가 없는 곳을 바라본다



이별은 결코 숨길 수 없는 슬픔이라 하지만

애써 가쁜 숨소리 숨기며

삶에 배인 절망의 채취를

따스히 애무해 주던 네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긴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별이다



그날 축축한 기차는 꽤 먼 곳으로 날 데려 왔다

너만을 떠나온 것은 아니지만

너로부터 멀어지고 싶었기에

모든 걸 그 곳에 두고 새로운 역에 내렸다



그러나 이곳도 습하다

작은 물방울에 실린 네가

지금도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가까스로 참아왔던 것들이

불쑥....

다시 보고 싶다






-출처-

2012년, 제목: 시집일기/ 작가: 시 쓰는 사람 단/ 출판사: 티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