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입장이 어떨 것 같은지 의견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93

고추 화분


BY 전유경 2012-09-10

고추 화분

 

 

 

 

오후의 베란다 고추 화분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

 

가슴께엔 오종종한 여린 고추들

아이들처럼 매달려

태생도 모른 채 고개만 치켜든다

 

그만큼의 햇빛과

그만큼의 물과

그만큼의 땅만 허락되었다

 

저 유리벽 너머 대지에서는

내리쬐는 햇볕과 퍼붓는 소낙비 맞으며

무성하게 자라는 고추들

부끄럼 없이 단단한 자손을 키워낸단다

 

그나마도 여름은

잠시로 끝날 것이다

 

해가 기울고 있는 오후의 베란다

작은 화분 속의 어미 고추는

여린 아이들 앞에서 마냥 시무룩하다

 

 

 

 

- 전유경 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