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이름도 모르는 나무화분
때때로 물주고 차가운 비바람 막아줬더니
제멋대로 쑥쑥 가지를 뻗었다
모양을 내주려고 삐죽이 뻗은 가지를
싹뚝 잘랐다
잘려진 가지 끝에 금세 끈끈한 눈물 한 방울 맺혔다
사는 동안 나도 그랬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누군가들에게
삐죽이 뻗어내던 가지들
수없이 잘려졌다
울지 마라
내가 그들 속에서 살기 위해
조금씩 잘려지며
그들이 원하는 모양을 낸 것처럼
너도 비바람 맞지 않고 살기 위해
그렇게 조금씩 버려지는 너를
아파하지 마라
-전유경 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