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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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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BY 전유경 2012-07-30

가지치기

 

 

 

 

이름도 모르는 나무화분

때때로 물주고 차가운 비바람 막아줬더니

제멋대로 쑥쑥 가지를 뻗었다

모양을 내주려고 삐죽이 뻗은 가지를

싹뚝 잘랐다

잘려진 가지 끝에 금세 끈끈한 눈물 한 방울 맺혔다

 

 

사는 동안 나도 그랬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누군가들에게

삐죽이 뻗어내던 가지들

수없이 잘려졌다

 

 

울지 마라

 

 

내가 그들 속에서 살기 위해

조금씩 잘려지며

그들이 원하는 모양을 낸 것처럼

너도 비바람 맞지 않고 살기 위해

그렇게 조금씩 버려지는 너를

 

 

아파하지 마라

 

 

 

 

-전유경 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