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
냉장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감자
들어갈 땐 분명 탱탱한 처녀였는데
그 사이
쭈그렁방탱이가 되었다
제 푼수도 모르고
굵고 토실한 싹을 밀어 올리느라
열 자식 둔 할마씨 뱃가죽처럼 쭈그러졌다
싹을 지키겠다고
꼴에 시퍼런 독까지 품었다
눈물겹도록 위대한 모성에 머리를 숙이려다가
문득 궁금해진다
그런데 감자, 정말 네가 원해서 한 짓이니?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