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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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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


BY 전유경 2012-07-05

신의 뜻

 

 

 

 

냉장고 구석에 처박혀 있던 감자

 

들어갈 땐 분명 탱탱한 처녀였는데

 

그 사이

 

쭈그렁방탱이가 되었다

 

 

 

제 푼수도 모르고

 

굵고 토실한 싹을 밀어 올리느라

 

열 자식 둔 할마씨 뱃가죽처럼 쭈그러졌다

 

 

 

싹을 지키겠다고

 

꼴에 시퍼런 독까지 품었다

 

 

 

눈물겹도록 위대한 모성에 머리를 숙이려다가

 

문득 궁금해진다

 

 

 

그런데 감자, 정말 네가 원해서 한 짓이니?

 

 

 

 

 

-- 전유경시집 <꽃잎처럼 흩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