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경계선
물을 조금 더 넣었더니 열광하던 라면 맛을 도난당했다
라면 봉지 뒤에 빨간 글씨로 물량 조절을 경고해 놓은 라면이다
조금 넘어봤자 어떨까하고 경계선을 넘겨 물을 넣어버렸더니
밥을 말고, 김치를 넣어 억지로 간을 맞춰도 예전 맛이 아니다
이 라면을 미리 경험해 본 사람들의 주의사항을 무시해 버린 대가일 것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정해놓은 경계선이 있다
의도적으로 그 경계선을 저 만치 뛰어 넘어 보았지만
당장에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했었다
넘지 말라는 강한 경고에 배신을 한 자부심만 있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 자체가 시들해졌다
희열보다 후회다
경계선을 넘지 말라는 표지판에 무심코 침 뱉었던 것을 후회한다
삶을 먼저 간 본 사람들이, 미리 경계를 넘어봤자
인생의 맛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을 알리려는 표지였다
삶의 맛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의 충고였다
이제 삶의 참 맛을 도난당하고 싶지 않다
잠시도 경계선 너머로 가고 싶지 않다
-감상평-
미리 삶을 간 본 사람들이 정해 놓은 경계선... 그것은 삶의 맛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의 충고였고... 그리하여 그 경계선을 넘어선다는 것은... 물이 너무 들어간 라면처럼 인생의 맛을 떨어뜨리는 행위 였음을...
-출처-
제목: 또 다른 일기/ 작가: 시 쓰는 사람 단/ 출판사: 티스토어(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