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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치료법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4-17


진동 치료법




오늘 따라

입에 넣은 것은

내 미각을 전혀 자극하지 못한 채

질긴 주머니 안으로

툭, 떨어지고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느낌으로

식후의 허전함을 채워주던 커피도

왜 이리 쓰기만 한 지



일상이 일상스러울 때

주머니에 몇 푼 찔러 넣고

싸구려 기차를 얻어 탔다



씻기도 귀찮아

기름기와 졸음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얼굴

얼룩덜룩한 창에 기대니

코 끝 자극하는 떨떠름한 냄새

앉은 자리만 푹 꺼져버린 의자는

세월 탓하며 심하게 흔들린다



천장에 불안하게 붙어있는 선풍기는

듬성듬성 앉아

제각기 편한 시선으로

창밖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바람 맛을 전해준다



그럭저럭 사람들 행색도 나와 비슷하고

모두 낡은 세월냄새와 섞여

묻지 않아도 고만 고만한 추억 간직한 듯하다

일상을 피해 온 이곳에

그들의 일상이 있고

타인의 지루함을 통해

내 지루함을 달래본다




터걱터걱

기차는 쉼 없이 흔들리며

내 무료함을 치료해 간다




-감상평-

터걱터걱 기차는 쉼없이 흔들리며 내 무료함을 치료해 간다...

요즘에도 이런 기차가 있을까요?

경춘선이 사라진 자리에, 경춘전철이 생겼지만 추억은 돌아오지 않겠죠..

수인선 협궤열차도 생각나네요.. 없어진다는 소식 듣고 남자친구와 한 번 더 타러 갔었던 기차였는데...

어찌나 짧고 불편하고 흔들거리던지.. 그래도 너무 좋았던 추억입니다.

불편함이 편안함으로 대체되었는데, 추억은 대체될 것을 찾지 못하는 듯...


-출처-

제목: 일기/ 시인: 시 쓰는 사람 단 / 출판사: 티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