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대하여
비단모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본다
구멍난 속으로 동전이 빠져나가듯
서늘한 바람이 통과하고 있다
사방은 봄이라 아우성인데
아직 벚꽃 피지 않고 축제만 연다
사월 눈이 내리는 봄날
저 바닥은
생명이 촉을 틔운다
민들레 꽃을 피우고
검불 속 잡초들은 녹색의 물을 입는다
바닥에 닿아야만 뿌리를 내린다
바닥 이어야만 다시 튀어오를수 있다
통장잔고가 바닥이라면
이제
더이상 빠져 나갈 일 없다
사랑이 바닥이라면
충천하면 된다
너와 나 사이
바닥이 보였다면
아득한 저 허공을 위해
추억 한 줌 당겨 마중물을 부을 일이다
그리하여
바닥은
다시 팔을 벌려
떨어지는 봄을 안을 것이다
세상 만물
소생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