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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있지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3-22

 

가고 있지




주머니 속에 구겨진 지폐 몇 장 꺼내

주름진 채로 좁은 창구 속에 밀어 넣으면

벌써 친근한 손 때 묻은 네모나한 종이 한 장 나오지



그 종이엔 나의 행선지 적혀있어

보고 또 보며

내가 옮겨질 곳을 한 손에 꼬옥 쥐게 되지



플랫폼엔 나와 비슷한 영혼들이

제 각기 편한 자세로 서성이다

초라한 삼등열차 진동이 전해오면

엷은 미소 짓곤 하지

그 진동은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그대로의 쉼터이기에



그곳에 한 발 내려놓으면

소소한 망각 기대하고

그곳에 또 한 발 내려놓으면

갑작스레 찾아 올 인연 기대하며



그곳에 나를 내려놓고

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면

잡고 싶던 것들도

매캐한 연기와 함께 사라져가지



빛바랜 의자에 기대면

누군가 남기고간 얼룩덜룩한 사연에

익숙해 질 수 있고

내가 만들었던 슬픈 흔적에 대해서도

익숙해 질 수 있고


그렇게 

그렇게 

모처럼 

아무 두려움 없이

가고 또

가고 있지





-감상평-

경춘선이 사라졌더라구요. 대신 그곳에 전철이 생겼는데, 왜 그리 예전에 느끼던 맛이 나지 않던지...

편리해지고 깨끗해졌는데, 추억과 그리움은 없었습니다. 대학시절이 까막득하게 느껴지네요..

경춘선타고 엠티가던 그 때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그 추억 떠올리면서 이 시를 읽으면 살짝 기분좋아지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납니다.


아주 잠시 나마 이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그렇게 그렇게 모처럼 아무 두려움 없이 가고 또 가고 싶습니다>



-출처-

제목: 일기/ 시인: 시 쓰는 사람 단 / 출판사: 티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