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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게 1


BY 시 쓰는 사람 단 2012-03-15

 


죽음에게 1




몹시 가벼워 졌어



날카로운 비수로

심장 힘껏 찌르는 순간

눈 감기고

삶 가득 채우던 모든 것

함께 사라져버렸지



더 없이 가벼워 졌어



아주 잠시 날카로운 고통 느끼고

아주 잠시 침묵 흐르고

아주 잠시 어둠 존재했지



그리고 새로운 것 내게 왔어



남겨진 영혼

가난 모르고

배부름 모르며

꿈도 없지

그리움만 여전하겠지


기다리고 있을 그분

멀리했던 사람들과 피했던 삶도

모두 떠나온 그 자리에 남아있겠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거야




살아있는 동안 했던 건

어쭙잖은 지식 양심 파는 일

하루하루 구매자들에게

조막만한 편견 쥐어주고

작은 대가 바라는 일


나에겐 왜 그렇게 사냐고 끊임없이 묻는 와중에

그들에겐 그 흔한 질문조차 던지지 않고

알 수 없는 서글픔 선사하면서

야비한 침묵만 던져 주었지



너무 많은 것에 얽혀 있는 내 삶에 대해

그들은 간단하게 설명해버렸지

그건 분명 치욕이었어



그들이 막상 얽힌 고리 풀기 위해

내게 술과 위로를 부탁해 왔을 때

터져 나오는 웃음 참을 수 없었어

그들의 삶 더 단순하게 보였거든



적당한 거리 두고 바라보는 연습 많았지만

하나 되기 위해 노력 해본 적 없고

시간 흘러도 유연해지지 않는

낯설음과 생소함 바꿔보려 해도

말처럼 쉽지 않았지

그러니 내 눈앞에 놓인 어색함도 인내해 왔겠지



솔직함 

좋은 건 아니었어

세상살이

그리고 사랑

있는 그대로 노출한다는 건 

무모함이었지




세상살이 

사랑 

좀 더 고분고분하게

그렇게 평범한 절차를 밟았더라면

엇나가는 슬픔 덜 했을 거야



매번 술과 함께 찾아왔던 두려움

갑자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망각으로 이어졌지

취기에 실려 온 두려움

그게 살면서 가장 무서웠어



평범한 삶

비난 받아야 할 이유 없지만

순탄치 않은 길 걸어 온 내게

그들의 삶 왜 그리 얄밉게 느껴졌을까

그들도 손쉬운 삶 살아 온 것 아닐 텐데

지루함 견딘 대가로 얻은 밋밋한 삶일 텐데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생각하는 습관

오히려 더욱 바꾸기 힘든 내성임을



신께 손 내미는 것

구원받는 가장 손쉬운 법 아니었던가

살다보면 사는 이유 하나 둘 생길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이 짧은 생애 얼마나 자주 생존에 대한 자신감 상실해 왔던가



나를 믿는 것보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이

삶을 보기 좋게 연장할 수 있는 수단임을 망각하고



죽음과 함께 삭제된 몸

영혼만 그리움 남아

지나간 것 되짚어 보며




선택한 것

꽉 쥐지 못하고

무언가에 흡수되지도 못했던 슬픈 삶이

드디어 죽음에게 말을 걸며





-감상평-

삶을 종료해야 할 시점에서 전 죽음에게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여기에 있는 시인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을까요?


-출처- 

제목: <시집 일기>/ 작가: 시 쓰는 사람 단/ 출처(출판사): 티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