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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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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소개


BY 푸른느림보 2010-11-17

우리나라에서 세번 째인가 두번 째인가 큰 기차역에서

구걸하는 한 거지를 만났다

주말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이

늦가을 찬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건널목에서

푸른신호등만 쳐다보는 어떤 행인에게

때에 쩔은 파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쓰윽 디민다

너도 나도 슬슬 눈치보며 뒤로 빼고 저리가고

결국 나에게까지 그 바구니가 왔다

속으로는 돈이 없는데 이 거지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한 번 씨익 웃었다

거지가 어떻게 저렇게 수수하게  웃을까 이런 호기심도 잠시

문득 자판기 커피향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보니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를 쪽진  칠순이 다 된 할머니였다

땅속깊이 묻혀 발굴된 백제의 깨진 기와에 새겨진 그 미소랑

많이 닮았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듯이 할머니 거지의 파란

소쿠리에 하나씩 하나씩 넣었다

또 웃으셨다 나도 마주보고 한 번 씨익 웃었다

거지의 웃는 눈동자가 우리 집 지붕 위 밤 하늘에  뜬  먼 별빛처럼 깊었다

거지도 직업이다 건널목이 직장이고 거리에서 산다

이제부터 이렇게 박박 우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