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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황역


BY 정자 2010-08-23


 

( 나는 여기서 대전에 갈 때나 군산에 갈 때  기차를 탄 곳이다. 지금은 이 역사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창고만 남아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누구도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진 간이역은 그 어느 한 사람도 슬퍼하거나

아쉬워 하거나 기념을 해 준다고 기억 해주는 일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나마 간이역이었던  터에 기차가  들고 나는 자리였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굵고  검은 전선줄에 간간히 한 떼의 참새나

몇 마리의 비둘기가 앉았다가 쉬어가는 곳으로 변했다. 

 

아마 그 예사롭지 않은 그 역근처에서

동네사람들이 약간 모자르다고 하기도 하고

조금 덜 떨어진 미친년이 살았다고 했었는데

그 여자의 딸이었을까.

홍역을 금방 치룬 듯 눈이 퉁퉁 부은 얼굴에 금방 일어났나 

베갯머리에 뒷통수가 납작 눌려

가르마가 뒷통수까지 넘어가

흰 새치가 듬성듬성 섞인 머릿결을 슬쩍 얼결에 보았다.

 

지나가던 나를 그녀가 슬쩍본다.

나도 하릴없이 그냥 지나치듯이 그녀를 보고.

 

없어진 부황역에서 사는 여자를 보다가

또 전선줄에 대롱대롱 쉬고 있던 까마귀 두 어마리가

날아 휘익 내 머리 위를 소리없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