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여기서 대전에 갈 때나 군산에 갈 때 기차를 탄 곳이다. 지금은 이 역사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창고만 남아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누구도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진 간이역은 그 어느 한 사람도 슬퍼하거나
아쉬워 하거나 기념을 해 준다고 기억 해주는 일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나마 간이역이었던 터에 기차가 들고 나는 자리였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굵고 검은 전선줄에 간간히 한 떼의 참새나
몇 마리의 비둘기가 앉았다가 쉬어가는 곳으로 변했다.
아마 그 예사롭지 않은 그 역근처에서
동네사람들이 약간 모자르다고 하기도 하고
조금 덜 떨어진 미친년이 살았다고 했었는데
그 여자의 딸이었을까.
홍역을 금방 치룬 듯 눈이 퉁퉁 부은 얼굴에 금방 일어났나
베갯머리에 뒷통수가 납작 눌려
가르마가 뒷통수까지 넘어가
흰 새치가 듬성듬성 섞인 머릿결을 슬쩍 얼결에 보았다.
지나가던 나를 그녀가 슬쩍본다.
나도 하릴없이 그냥 지나치듯이 그녀를 보고.
없어진 부황역에서 사는 여자를 보다가
또 전선줄에 대롱대롱 쉬고 있던 까마귀 두 어마리가
날아 휘익 내 머리 위를 소리없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