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복원
-조경선
못해도 천년은 넘어 보이는
금빛 실로 짠 햇살도
드러내놓고
황룡사지에 몸을 던진다
목탑도
황룡사도
무너진 빈터
지금 저들은 정직한 평원으로 살고 있는데
15층 높이였다는
사라진 9층 목탑을 세우려는
멋대가리 없는 복원
사라진 것들을 상상할
창은 닫히고 있다
과거의 것으로 되살릴 수 없는
신라는
우리의 시대 밖에 있다
우리는 종종 훼손에 대한 훼손에 목숨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