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정리하며
똑같은 자리에서
기회만 노리다 늙어 버린
좀 먹은 생을 놓고
힘든 결정을 내린다
제주도 신혼여행 때
호텔에서 며칠 묵은게 그녀의 전부인
또 한번의 외출을 꿈꾸다
놓쳐버린 한 생을
오늘 마지막으로 꼬옥 안아 본다
어두운 공간에
쪽빛 하늘이라도 비칠라 치면
새털처럼 날아가
산을 품고 돌아 왔을 그녀
참으로 긴 세월
눈길 닳지 않은 구석에서
제 가슴 스스로 얼마나 문질러 댔으면
우아한 자태가 이리도 닳아 버렸을까
몸에 난 주름을 보니
오랜 세월 많이도 허기졌었나 보다
어둠 한올 걷어 내자
나비 한 마리
서툰 날개 짖으로 문을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