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찰랑찰랑 머리감던 그 개울
한발 한발 갬 박질 치던 징검다리
잊혀진지 오래 된
콘크리트 맨홀 아래 구정물소리
정자나무 꼭대기에 집 짓고 살던 까치
슬피 울며 떠난 그곳
높다란 빌딩 그늘이 가둔
아파트 창가에 햇살도 슬퍼
부엌 한 귀퉁이 물 독 뒤 귀뚜라미 초차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길모퉁이 돌담아래 졸고 있던
않은 뱅 이 채송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지름길 찾아 넘나들던 허물어진 뒷담 아래로
고개 내밀어 소근 거리던
얼기설기 묶어 얹은 짐짝 사이에
눈시울 붉히며 떠난 친구는 잘 지내겠지
성냥 곽 같은 건물 속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고향 풍경은 왜 이리도 낮 설게 뵈는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남아버린 고향
어디로 간 걸까
오늘도 고향에서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