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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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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길을 잃었다


BY 초련(영신) 2009-10-14

 

 

버드나무 찰랑찰랑 머리감던 그 개울

한발 한발 갬 박질 치던 징검다리

잊혀진지 오래 된   

콘크리트 맨홀 아래 구정물소리

 

정자나무 꼭대기에 집 짓고 살던 까치

슬피 울며 떠난 그곳

높다란 빌딩 그늘이 가둔

아파트 창가에 햇살도 슬퍼

 

부엌 한 귀퉁이 물 독 뒤 귀뚜라미 초차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길모퉁이 돌담아래 졸고 있던

않은 뱅 이 채송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지름길 찾아 넘나들던 허물어진 뒷담 아래로

고개 내밀어 소근 거리던

얼기설기 묶어 얹은 짐짝 사이에

눈시울 붉히며 떠난 친구는 잘 지내겠지

 

성냥 곽 같은 건물 속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고향 풍경은 왜 이리도 낮 설게 뵈는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남아버린 고향

어디로 간 걸까

오늘도 고향에서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