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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길목


BY 정국희 2009-08-13

 

 

일상의 길목

 

한장의 환한 어둠이
제 뒤을 지우며 들어서는 길로
하늘이 조금씩 두꺼워 지고 있다

겹겹의 그림자 사이로
주황등이 글썽글썽 걸리기 시작하고
서둘러 떠나간 빈거리에
금 간 바람소리 들리면
누군가의 따뜻한 방바닥이 되어
밤새도록 편안한 말을 섞고 싶다

달빛이 어둔길을 분주히 지나는 동안
서로서로 시린 어깨 기대고
사무치는 밤을 보내다 보면
우울했던 객지잠이 길을 나설까

연모하는 창을 향해
밤을 연주하는 바람아
막막한 골목에서
오래된 귀가를 기다리는 따순 등불아
그리운 것은 늘 먼 곳에 있구나

돌이켜보면
견딤 없는 아침이 어디 있으랴만
달빛 가득 펼쳐 놓고 가뭇없이 기다리던

그해 겨울은 왜 그리 등이 시렸는지

가로등 뒤에 숨은 어둔 침묵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