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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숫물


BY 비단모래 2009-03-20





      *자숫물
           
                          錦沙
      *숫들바탕에서 
      한방울의 물이라도 흘릴까봐 
      바가지를 엎어놓고
      물한동이 길어온 어머니
      훠이훠이
      무명앞치마로 이마를 닦아내셨다
      한바지 물만 있어도
      생명을 지으셨다
      뜨물로 
      쌀겨를 훌훌 젓어
      돼지우리에 부어주셨고
      이른아침 장작불로 데워진 김나는 세숫물 한바가지는
      발을 씻고
      걸레를 빨고
      나중은
      텃밭에 뿌려져
      지렁이를 키웠다
      수도 꼭지를 쓸어놓고
      설거지를 하다
      한방울의 자숫물도 피처럼 아끼시던 어머니
      \"그렇게 허드렛물로 펑펑 쓰다간
      마른 지옥에 떨어져
      목구멍 갈라지고 말겨\"
                                        
        지금
        살갗을 파고든다
        태백 저멀리에서
        들려오는 목마른 슬픔
        흘려보낸 수돗물줄기 같은
        눈물로 돌아오는
          그 무서운 경고
                 *자숫물-개숫물의 방언  
                                          그릇을 씻을 때 쓰는 물. ≒개수·설거지물.
                *숫들바탕-고향에 있는 작은 옹달샘이 있는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