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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커피詩/무늬 물만 올려놓으면 채 몇 분도 안 되어 소문날까 쉬쉬~ 하는 디지탈 커피포트 제풀에 꺼지듯 며칠째 개점휴업이다 돌아서면 깜빡하는 불혹의 건망증 몇 번을 태워먹은 스텐레스 주전자 덕지덕지 붙은 어둠, 철수세미로 닦아내며 아날로그 같은 아내는 가스불만을 고집한다 장작불에 지피듯 해야 커피도 제 맛이라며 지난 가을, 동부능선 *지태의 낙엽도 넣는다 추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새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묵은지 같은 사랑을 아내는 벌써 눈치 챈 모양이다 그날 밤 커피잔 위로 한오백년의 눈이 밤새도록 내리고 마른장작의 불도 지피었다 *지태:지리산태극종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