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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쌀


BY 비단모래 2008-12-03

 

묵은 쌀


작년 농사지어 한 가마니 아파트에 가져다 놓은 쌀

온도가 맞지 않아서인지

밥을 잘 안 먹어서인지

해를 묵으니 묵은내 나고 벌레가 파먹어 

쌀을 씻을 때마다 벌레가 둥둥 뜨고 속 파먹힌 쌀 껍질이 떠내려간다

떡국떡이나 빼야겠다고

쌀을 씻는데

가슴 한쪽이 뻐근해져 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렇게 냄새나고

빈 껍질만 남는 것

오십년이나 묵은 내 몸

맹장도 난소도 생명 창고도 떼어내고

뱃속 텅 비어

쓸데없이 묵은 세월만 가득 차

꽃 피우지 못하는 꽃눈만

몇 년 째 동면 중이다

쌀은 묵으면 떡국떡이라도 빼지

사람 묵으니

쓸데라곤 없어

공연히 수돗물 잠그지 못하고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