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쌀
작년 농사지어 한 가마니 아파트에 가져다 놓은 쌀
온도가 맞지 않아서인지
밥을 잘 안 먹어서인지
해를 묵으니 묵은내 나고 벌레가 파먹어
쌀을 씻을 때마다 벌레가 둥둥 뜨고 속 파먹힌 쌀 껍질이 떠내려간다
떡국떡이나 빼야겠다고
쌀을 씻는데
가슴 한쪽이 뻐근해져 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렇게 냄새나고
빈 껍질만 남는 것
오십년이나 묵은 내 몸
맹장도 난소도 생명 창고도 떼어내고
뱃속 텅 비어
쓸데없이 묵은 세월만 가득 차
꽃 피우지 못하는 꽃눈만
몇 년 째 동면 중이다
쌀은 묵으면 떡국떡이라도 빼지
사람 묵으니
쓸데라곤 없어
공연히 수돗물 잠그지 못하고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