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십억이든 몇 천만원이든 몇 백이든 모으지 못했다.
왜냐면 ? 바빠서... 헤헤..
사실 돈이 바쁜건지 내가 바쁜건지 잘 모르겠다.
내 통장에 늘 서너개의 동그랑땡만 남아있다.
그나마 모모은행이 갖고 있다.
나의 지갑엔 오늘 점심에 먹을 잔치국수값 삼천원하고
자판기 커피 사먹을 200원 동전하고
어제 마산슈퍼에서 계란 한 판 산 영수증만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바빠질 이유가 생길 것 같지않다.
돈 모으는 것도 젬뱅이고
돈 쓰는 법도 배운적이 없으니
그냥 살던데로 살련다.
바빠서 못한 게 무수히 많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못한 것을 기억을 잘 못한다.
이런 것도 잘 외우지 못하니
할 수없이 잊어먹으면 잊은채로
생각나면 생각나는 데로 사는 게 젤이다.
바뻐서 못한 것은 일단 내버려두고
한가해서 심심해서 노닥거리는 짓은 잘한다.
한 번은 한적한 길거리에서 강아지풀을 뜯어 얼굴에 비비면
강아지처럼 키득키득 간지럽게 웃는다.
개가 풀 뜯고 웃는 일도 우연찮게 본다.
남들은 별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이 개풀뜯는 소리를 들으면
아! 개도 풀을 씹는구나! 하고 새롭게
진실을 깨닫는거다.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구나!
저렇게 사는구나!
지멋대로 사는 풀도 사는 법을 안다.
반드시 옆집과 뒤엉키고 얼켜 뿌리가 깊게
단단한 관계를 갖는다. 사실 이 지구도 모두 풀뿌리의 힘으로
밀가루반죽 된 것처럼 뭉친 것이다.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부둥켜안아 버린 것이다.
아뭏튼 살다보니
돈도 필요하고 벌어야하고 죽을 때까지 모아야 하는 데
나는 이 쓰잘데없는 짓거리에 바뻐서리
그냥 대충 무작정 살기로 결심했다. 별 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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