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상치밭 지나
작은 시냇가를 끼고 걷는다
숨가쁘던 날들을 뒤로한 숲
화려했던 날들을 잔설처럼 떨구곤
어둑한 침묵으로 숨고르는 숲길
는개비 내려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제가 쌓이지 않은 길들이 어디 있으랴
퇴색한 꽃잎 잔 바람에도 뒤척인다
아마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의 빛깔이
너와 같으리..
누리장나무 스치는 바람
꽃 떨군 덜꿩나무 가지를 기웃거리며
너..누구니??
절정의 날들을 훌훌 벗어던진 나무들
내몸을 칭칭 감고있는 이 끈끈한 추억을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사랑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다고..
등줄기에 땀 흐르고 숨은 가쁘다
문득 멈춰 하늘 보니 ..
는개비 뿌옇게 나려 내 뺨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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