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겨울이 잿빛 긴 꼬리를 감추고
봄 기운이 대지를 찾아들 무렵
밀양에 사시던 시고모님께서 죽음으로 새롭게 태어나셨다.
인적마저 드문 산꼭대기 초가집에 계시다
외 아들이 장만한 평지 아랫마을에서 두 해도 채 넘기지 못하고
아들 내외도 일나가고 손주 녀석들도 학교에 가고없는 빈집에서
홀로 인연의 깊고 넓은 큰 강을 건너셨다.
삶으로부터 거부받는 순간에 버림받지 않으려고 애원을 하셨을까 ?
뼈를 깍고 피를 나누어 이 세상에 있게 한 사남매의 손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순간 순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온몸으로 보듬어 안고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피울음으로 참으셨을까 ?
청상의 몸으로 사남매를 키워 시집장가 보내시며 절제된 고모님의
욕망과 가을새의 울음소리에 꼭꼭 조여멘 저고리 앞섶이 바르르
떨리는 설레임은 어찌 이기셨을까?
육십평생을 박제된 듯이 조용히, 표백된듯한 희고 고운 모습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안으로 안으로만 속울음으로 삼키시며
여인의 한을 삭이시고 이제 한 여인의 생애가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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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차로,콜택시로 급히급히 모여든 피붙이들의 곡소리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
질식할듯한 고요를 깨며 우는 것 밖에는 죽은이를 위해 해 줄것이
없는 것 처럼 그렇게 그렇게 곡을 이어간다.
살아생전에는 빈손이나마 볼수없없던 먼친척도 죽은이의 마지막 길에는
성의껏,과분하게 조의금을 챙겨 모인다.
처절하도록 화려한 꽃상여는 누님을 보내는 아버님의 마지막 인사 !
양지바른 산중턱에 먼저가신 그리운 님의 곁에 누우시는 고모님
고모님이 그리워하신 고모부님은 늙지 않으신 청년 시절의 모습
장지까지 도착한 목관에서 고모님만 다시 석관으로 모시고
목관과 꽃상여가 불태워 질 때 곡소리에 놀란 산새도 노래를 멈추고
우뚝 솟은 산주인 소나무도 바람소리에 우는 듯 쏴ㅡ아 쏴ㅡ아
육신의 집을 떠나는 고모님의 한풀이 춤이 승천한다.
새하얀 치마 저고리에 곱게 빗어 쪽진 가리마 고운머리
청년 시절에 고모님을 그립게 한 서방님 곁으로
새색시 수줍은 모습으로 님 만나러 멀고 먼 길 떠나신다.
불바람에 피워올리는 춤사위는 오직 한사람을 위한 고모님의 마지막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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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시고모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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