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파란 하늘이 시샘 하던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날이면
아이들의 쉼 없는 함성이
무지개로 흩어지던 교정 위로
살며시 내려앉은 그늘은
엄마의 보드라운 손수건 되어
나의 땀을 닦아 주었다.
열병 같던 열 아홉 시절엔
안개보다 뿌연 해거름 그늘은
야간자율학습시간
주체할 수 없던 감정의 무게를
묵묵히 덜어 주었다.
단짝처럼 붙어 다니던 가방처럼.
힘 없는 한 조각 바람에도
조금씩 스러져가는
나의 그림자 위에
흐린 표정으로 다가온 그늘은
그래도 살아 있다.
오래된 앨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