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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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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BY 김경란 2005-11-24

11월


지나온 계절 내내
단단하게 여미던 가슴팍을 헤집고
뜨겁게 그를 품던 날
내 안에서 휘어진 등 곧게 추스리고
스스로 살을 저며 시를 쓰던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늙어 시나브로
젊은 날의 빛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깊은 눈빛과
힘 좋은 혀로 살아남아
묵혀둔 열 달의 아이를 잉태하였으니
도처에 새로운 바람이 드나들고
낯선 그 바람에 걸린 달빛,
속절없이 부풀어올라 제 몸을 버렸다
11월은,
주변을 서성이다 문득 제게 안겨올
놓친 꿈처럼 아린 기억이다
채 마치지 못한 시로 남아
하늘처럼 서서히 낡아갈
날카로운 지난 날의 내 꿈이다
이제 내가 11월로 살아
바람 한 번 깊이 품어보고 싶은 건
결코 내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