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려면 놓아라
채우려면 비워라
그리고
얻고자 하면 버려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껏 모르고 살아 왔는데
어느날 문득
그 의미를
아니 그 의미의 그림자를 보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달아나면 달아날 수록
기를 쓰고 다가오는 욕망
공이기에 색이고
색이기에 공일수 밖에 없다는
불가의 가르침을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늘
그 진리 속에서 살아 왔음이니
물이 가득찬 항아리엔
더 붓고자 해도 더 부을 수가 없고
채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비워야 함을
우리는 그냥 알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더 큰 것을 얻고자 한다면
알고 있는 허망한 지식의 껍데기를
훌훌 벗어 던져야 한다는 것 또한
매 한가지니라
물이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노자가 알려 줘서
아는 것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 허리를 굽히면
남도 나를 따른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이 어디 있으랴
햇빛이 강할수록
소나무의 그늘은 더욱 짙고
빨간색 자석은
파란색 자석이 아니면
도무지 관심이 없다
하여, 우리는
우리가 이세상에 태어나 이유없이 울고 있을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웃고 있었듯
오래지 않아 우리가 다시 이 땅을 떠날 때에는
주변의 울음에 미소로 답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