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길 -
바람이 손 짓을 한다
창을 열라고 성화를 부린다
어서 얼굴을 보이라고 속삭인다.
창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더니
반가운지
온 얼굴을 만지며 아는체를 한다.
지나는 길이라 한다
아, 바람도 가는 길이 있었나 보다
저 넓은 바다의 바닷물도 가는 길이 있듯이...
드 넓은 하늘가의 구름이 떠 가는 길이 있듯이...
내 길은 여기였던가
그 분만이 아시는...
혼자서 수풀속 헤치며 가야만 할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그 분이 먼저 가시며 만들어 준 길이였을까
바람 길, 물 길을 태초로부터 만들어 주었듯이...
이제야 고개마루 올라섰는데
앞 만 보며 열심히 가야지
이미 닦여진 길이라면
옆으로 눈길도 주지 말고 가야지
넘어지지 않게.
바람아!
이 다음일랑 창밖으로 지나는 길 말고
태고적부터 간직한 사연을 앞 세워
내 가슴으로 길을 내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