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에 물들지 못하는 것 / 민 병련
잠들어 있음은
나의 옷을 밟고 걸어 가는 것.
켜켜히 쌓아 두고 바라 보는 것.
눈을 뜨고 있으면서 외면 당하지 않는 것.
초가삼간에 뭍어 두었던 대화들을
때묻지 않게 감싸주는 것.
문을 열고 들어 가면서
발부터 들여미는 것은 삼가하는 것.
초라한 모습으로 보이는것은
나의 것이 이미 사라진 후에야
너의 얼굴이 떠오를때.
누구인가있어서
발걸음을 멈추고 싶어졌어
신기루의 그림자이었어.
내가버린 낙엽이었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위에
투명한 얼굴이 나뒹글며 외쳐댔지
아니라고.
고무신에 채인 돌맹이들의 비명소리.
얼굴이 노을 빛에도 물들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푸른 빛.
벗어버린 가면들의 유희.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