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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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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BY 채수분 2005-05-21

 

동트기전

언제나 아버지의 부시럭거림은

태양보다 더 큰 빛의 파장을 내셨다

새벽 바람에 푸석한 혈관에 피가돌고,

찬이슬로 몸을 씻으시던 들풀이셨다

 

무에그리 바쁘신지

곡괭이처럼, 소처럼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에

청춘을 묻고,갈고, 뿌리고

평생 죽어라 일만하던 몸

 

힘들다 아프다 말 못하고

한숨과 헛기침으로 보낸세월60년

장승같은 표정으로 밤이된 얼굴엔

별들이 파도친다

피멍든 파란 별들이

 

관절은 시들고,

하나둘 빠져나간 이 처럼,자식새끼 내보내고

노을빛으로 초연해진 눈동자엔 물이 마른다

구멍 숭숭 뚫린 고목에, 내리는 흰서리마져 아프다

땅으로 꺼져가는 굽은 허리가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