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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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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건조대


BY 박명옥 2005-04-28

건조대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겨우내 깊게 취한 가슴 털어 내고 싶어서
철따라 쉬어 가는 금강초롱꽃 몇 송이 들고
찾아갔던 자모회,
양손으로 환영한다는 듯 두 팔 쫙 벌린
교정은 알록달록저마다 나풀거리는
옷자락들 진열하듯 걸어두고
우수영의 봄빛처럼 부드럽게 다가온다
어둠의 회오리바람처럼 나풀거리던 내 바지는
치맛자락사이로 교태롭게 흐르는
부의 향기인 햇살을 부드럽게 안은 것 같은데
그만 가뭄에 갈라터지는 고향 논바닥처럼
좍좍 벌어지기 시작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까?
눈치 빠른 담임 선생님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느냐며
슬며시 치마 바람을 잠재우신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양지 바른 곳에 앉다보니 햇살의 무게가 두터웠는지.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하나
자식들을 위해서 하는 짓인데 이런들 저런들 어떠냐며
가슴팍에 숨겨둔 리모컨을 인정사정 없이 눌러 대는지
외 눈뜨고 밀려오는맹신도 처럼
언어의 불꽃을 태우느라 거품을 문다
내 마음은 빨래 집게에 꽉 눌려 있는지
맥빠진 바지 가랑이만 찢어질 듯 나풀거린다
따사로운 사월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