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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깔고 앉은 사내


BY 바람꼭지 2005-01-25

늘 그의 표정이 궁금했다.

금박의 정수리 번쩍이고
꾸욱 다문 붉은 입술선
우뚝한 콧날의 남성미가 매혹적이었기때문이다.

그 사람의 도드라진 팔뚝의 힘줄을
우아한 옷 소매 들추고 보고 싶었다 .

감추어진 배꼽에서 솔솔
흘러나온 바람에
뒷 산에서
방금 부화한 새의 비린내를 맡았다.
꼼지락거리는 새의 날개죽지 밑
분홍색살들이
아기의 손톱처럼 보드라웠다.

무심한 노 목수의
익숙한 대팻날에 밀리는 나뭇결마다
꼼꼼이 스며든 안개뭉치가
사천왕문앞에 털썩 누워버리고
잡을 수 없이 먼 손목들은
톱밥부스러기를 묻히며 달아나는 푸른 하늘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제 이름도 몸도 알지 못하고
태어난 아픔들
눈도 코도 입술도 없는 불안의 경계선에
송곳되어 꽂히고
시커먼 그림자 통채로 잡아 먹은 육체
떠억 한 자리 차지한 채
견고하게 앉아 있는 것이다.


표정뿐 아니라 뒷모습도 보여주지 않는
그 사내에 매료되어
나도 쌀밥대신 그림자를 씹어 먹고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