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민주
부산역 지하도 계단 아래에는
날마다 그사람 있다.
그저께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더니
어제는 지난 겨울,
내가 선물한 회색빛 겨울 점퍼 속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두발만 내밀고 있다.
영락없는 거북이 형상을 하고...
오늘은 부끄러움도 잊었는지
목을 있는대로 빼고
하늘을 보고 드러누워
나 죽었소 한다.
여름 햇살이 뜨겁게 얼굴을 비추는데도
미동도 없다
죽었나...
안죽었다.
그의 손 만큼은 살아서
쵸코파이 상자로 만든
종이 금고를 꼭 쥐고 있다.
동전을 몇개 던진다.
땡그랑!!!
그사람이 땡그랑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바라본다.
고맙다는 인사는 잊은지 오래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내 마음이 슬퍼서일까
바라보는 그의 눈이 너무 슬프다
누가 그를 세상 밖으로 내 몰았을까
땟국물 흐른 얼굴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용하고 점잖했을 그림이 그려지는데...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모든걸 다 잊고 싶었을까...
복잡한 세상,
혼란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중요한것 다 놓치고
모든 세월이 다 지나버린다면....
아...
오늘은 나도 미쳐서 모든걸 잊고
그의 곁에 앉고싶다
모든걸 잊고 싶다
월급받고 돌아오는날...
흐르는 음악은 [Secret Garden/Illuminatio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