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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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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풍경(1)


BY 김희봉 2004-05-18

 

진실이란
색 바랜 양장본의 사전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또 꼭두각시가 된다.

 

정의란
할머니 무릎 베던 전설 속에서나 가능한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 탈춤을 춘다.

 

귀때기에 딱지가 앉도록 면역된
사기꾼들의 외침!
반복되는 뻔한 시나리오 따라
그들은 또 두터운 연기를 빛낸다.

 

먹고사는 방법이
그 길밖에 없는 그들이 한심한 것 같지만
정말로 측은한 건
잠깐의 조아림에 신분상승의 망각에 빠지는
우리들인 것이다.

 

하찮은 술자리의 말싸움에서도
목숨을 거는 우리들과 달리
부모를 욕하고 조상을 짓이겨도
그들은 참되게 얼굴 붉히고 싸우지는 않는다.

 

삼대 사대 원수져 말 한마디 안 나누고
눈 흘기는 우리와 달리
그네들은 그 순간뿐, 무대 뒤에선 손잡고 웃는다.

 

내가 사는 도시엔
시장은 하나
국회의원은 무려 넷이다.
더 많은 표를 얻어야 시장이 되고 더 높은 것 같은데도
시장자리 내놓고 국회의원 덤빈다.
장관도 그렇고 도지사도 그렇다.

 

상식으론 못 푼다.
허나, 알고 보면 간단하다.
시장이나 도지사는 바쁘게 일해도
욕먹고 조아리며 책임이 따르지만
국회의원은 잠깐 조아리고 책임이 없으니까
마냥 놀고먹는다.

 

이 얼마나 좋은 자리인가?
이 세상에서 잠깐만 조아리고, 눈감고 귀 막으면
4년이란 영화가 보장되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그걸 이루고자
몇 일간의 외줄을 타는 광대에게
우리는 또 박수를 보내고
구부러진 그들의 허리를 보고
내 목이 더 뻣뻣하다고 느낀다.

 

그리곤
또 4년을 내가  더 굽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