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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와 할머니


BY moklyun 2004-01-15

 
자반고등어와 할머니


글. 몽련 최순옥

시장바닥의 냉기마냥
날카롭게 파고드는
절망을 누르려는 듯
펼쳐둔 종이상자 위에
폐선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의 좌판 위엔
떠나 온 바다를 그리는
자반고등어의 굳은 몸이 있다

닻줄처럼 질긴 목숨을 담보 삼아
떠날 줄 모르는 궁핍이 앗아간
표정 없는 할머니의
눈물 번진 눈자위와
생살 찢긴 벌건 가슴
소금으로 동여맨 고등어의
희멀건 눈동자는 서로 닮았다

바람의 혓바닥이 핥고 지나가는
음울한 좌판 위에
짝지어 안은 채, 모로 누워있는
자반고등어의 모습이
그래도, 따뜻해 보이는 것은
세상에 아는 이,하나도 없을 듯한
할머니의 지독한 외로움을
훔쳐 보았기 때문이다

2004. 1. 14 몽련시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