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간다.
지리산간다.
병신 둘이서 지리산 간다.
나는 눈 두 알만 달랑 달고,
새들이 노래하는 소히 보러 간다.
너는 한 다리 질질끌며.
그래도 몸뚱이 꼿꼿이 천왕봉에 세우고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려고 간다.
산에는 별 만큼 많은
이름 모를 풀 꽃들이 있고,
산에는 아주 이쁜 아가씨 하나가
대금도 불어준다.
산에는 아주 마음씨 좋은
털보 아저씨가 고함도 쳐주고,
산에는 내 어린 시절
그림자도
따라온다.
산에간다.
지리산간다.
아버지 불호령지우려 지리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