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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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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BY 바람꼭지 2003-10-12

 

그대 스무살 연두빛 실핏줄을

타고 흐르는

열망의 즙액을 마신 적 있는지요?

 

하얀 조약돌의 설익은

 가슴팍을 헤집으며 찰랑대던

그리움의 달빛은  혹 기억하시는지요?

 

진주조개가 사금파리박힌

속살을 아파하듯이

당신을 잘라낸 자리마다

황금햇살이 바늘처럼 꽂혀와 움직일 때마다

피멍이 들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날마다 물고기비늘 퍼덕이는

아픔이 살아있음의 유일한 기적임을

믿으라하셨습니까?

 

푸르른 바닷길이 열리며 바다는 하늘에 치솟고

하늘은 바다에 거꾸로 꽂히며

바다와 하늘이  푸르름으로 한덩어리되는 날

그때 오신다 하셨습니까?

 

그리하여

먼훗날 거대한 바람이 불어와

벌거벗은 몸둥아리 휘감고 뿌리조차 뽑혀야 할때

가벼운 몸짓으로 떠날 수 있다 약속하셨습니까?

 

더 이상 제 이름을 단풍이란 고운 이름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스무살 빼앗긴 열망을 되찾기를 포기하고

불에 그을린 상처마다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기침같은 것,

선혈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버릇같은 것,

말로서 다 못하는 울음같은 것!

 

그저 함께 있어주십시오.

단풍이라 부르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