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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BY 개망초꽃 2003-08-28

오늘도 난 하루를 살았다.
밤엔 좀 울었다. 
사는일이 막다른 골목같다.
사는일이 숲속을 헤매는 들짐승같다.

강열하고 붉던 너의 사랑은 
어디가고
침묵만이 나를 강요한다.

소곱창을 안주로
청하 반병을 먹었다.

알맞게 술이 올라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내게 집이 있던가?
아! 그렇지 난 집이없다.

몇시지? 핸드폰을 열었다.
부재중 전화 한 통 와 있지 않다.
내게 전화를 걸어 줄 사람이 있던가?
아!그렇지 난 혼자다.

외롭다고 전화를 걸고 싶다.
내 투정을 들어 줄 사람이 있던가?

사는게 지친다.
기대어 울고 싶은데
내 눈물을 닦아 줄 사랑이 남았던가?

버스를 탔다.
내 뒤를 쫒아 버스에 오른
배만 볼록 나온 아줌마가
내 앞에 앉더니 기침을 했다.
열번도 넘게 계속했다.
듣기도 싫고 꼴도보기 싫었다.

나도 너에게 이런 여자가 되었나?
지겹고 말하기 싫고 
앞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여자가 되었나...
어두운 골목을 걸었다.

나무가 창창하네
가로등빛이 분위기 잡네
이 골목길을 둘이 걸었는데
다시 혼자다.

왼쪽 골목으로 가면 
네가 살고 있는 집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내가 얹혀 사는 집이다.
난 오른쪽으로 꺽어 들면서 
너의 창문을 보았다.
어두운 창문.
자는구나.
강열했던 너의 사랑도 잠이 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