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의할 수 없는 시간들이
모래알만큼이나 덧쌓여
사막이 되었다
어느 아침 창을 열었다
창으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푸른 잎새도 새들의 노래도
사라져갔고 모래의 사그락이는 소리만
벌레처럼 사방을 기어 다녔다
나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
길 없는 사막을 지나가는
낙타의 소리는 아득하다
태양이 솟구치는 정오의 모래바다에서
내내 낙타의 방울소리를 환청처럼 듣고 있다
내 몸에서도 모래소리가 들렸다
사그락사그락이는 모래알갱이들이
벌레처럼 몸 속으로 기어다녔다
마지막 한 방울의 물기마저 말라버린 몸
정오를 향하여 시계의 초침이
찰칵찰칵 이동하고 있다
사막에는 애초에 길이 없다
낙타는 신기루 속으로 걸어간다
길을 물어서는 안 된다
사막에서 길을 묻는 자는
사막을 벗어 날 수 없다
오늘도 나의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눈물처럼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