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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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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과 비교하지 말자


BY 개망초꽃 2003-08-11



(1)

친구야!
이 꽃을 기억하니?
선능 오솔길에 무리지어 피어있던 달개비꽃을....

넌,
바다 같다고 했지.
바다가 고향인 너는 바다를 생각하고...
산골이 고향인 나는 산봉우리에 걸쳐 있는
하늘같다고 했지.

여름이 한창인
햇볕이 강한 날...
우리는 손을 잡고
오솔길을 걸었고,
숲이 우거진 오솔길가에
파아란 달개비 꽃이
바다같든 하늘같든 우린 즐거웠었어.

우린 마음이 넓어졌던가?
무엇이든 이해할 수 있었고,
무슨일이든 참아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고,
아무리 먼길이라도 같이 갈 수 있는 다짐이 있었지.

친구야!
다시 그 오솔길을 갈 수 있을까?
올 여름 장마가 끝나면
선능을 거닐고,
달개비꽃이 핀 길가에 서서
지난날들과 같은 약속을 할 수 있을까?
(2)
지독한 기억이 달개비꽃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사랑은 지독합니다.
그 독이 온 몸으로 번져 퍼렇게 미쳐갑니다.
달개비꽃의 파랑은 독해 보입니다.
입술에 닿으면
그대를 빨아들였던 감정만큼 중독이 될겁니다.

한동안 잊었다 했습니다.
다른 사랑을 하면서
그대는 식상해지고
우스워지고
더러워지고 유치했다 했는데......

종아리쯤 피어있는 퍼런꽃.
달개비는 독종입니다.

전화 한 통 없는 그대는 독종입니다.

(3)
사랑과 결부 시키지 말자.
꽃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뿐.
특히 그 놈과 비교하지 말자.
꽃은 한 자리만 사랑하잖아.

그 놈 이름을 울부짖었던 많은 세월을 증오하지 말자.
달개비꽃은 강아지풀을 증오하지 않거든.

그 여자의 영역을 침범하고서
행복하다고 헤헤 웃지말자.
잡꽃이 살 땅이 따로 있고
서양꽃이 살 땅이 따로 있고
프라타너스 나무가 살아가는 한 평 땅이 정해져 있잖아.

너가 비겁하다고 하지 말자.
내 스스로 벼랑에서 떨어졌으니까.

달개비꽃이 되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지.
너의 집 뜨락에 선명하게 피는
꽃이 되고 싶다고 말한적도 있지.
안되는 일을 되고 싶어하는 내가 돌아버린거였지.
너가 나를 버릴 때 "미친년" 그랬었지.
맞는 말이였어.
지나고나니 알겠데......

오늘 11시쯤 버스 정류장에서 본 달개비꽃이 독하게 이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