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줄기 끝에 매달려 있는
저 애벌레 뒤에
꼭 끌어 안고 있는 날개 달린
잠자리 하나
내 눈길이 가 머무는 순간
다른 종과의 짝짓기!
화들짝
남모를 수상적한 생각을
논두렁에 차마 내려 놓지 못하고
한참 동안을 머뭇거려야 했네
봐서는 안되는 것을
훔쳐 보고 난 이 무안감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네
어디에 숨고 싶어지는
이 떨리는 가슴을 짓누울수록
더 쿵당거리고
서둘러 논두렁 길을 걸어나와
큰 농로 길로 들어서는데
거기
잠자리 한 마리가
날개를 파드럭거리며
비상의 몸짓을 하고 있었네
내가 그만 못볼 것을 보고들켜버린
수상적한 생각의 껍질을
두 쪽으로 쪼개어
우주의 신비 하나를
또르르 던져주고 있었네
다른 종과 짝직기가 아닌
벼줄기 끝에 매달려 있는
저 애벌레의 등가죽을 칼로 오려낸 듯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그 아픔으로 날아오르려는
저 경이로움에
내 발걸음이 멈춰서고
허물만 남은 그 애벌레는
벼줄기를 어찌나 꼭 붙들고 있는지
파란 힘줄이 솟아오르듯 해
내 눈에 눈물 고이게 했네
잠자리는
자신의 분신었던 저 애벌레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벼줄기를 꼭 끌어 안고 있는
저 애벌레의 지고 지순한
이별의 그 껍질까지
너무 눈이 부셔
나는 그만 큰 절을 올리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