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오회숙 이마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눈가엔 작은 오솔길을 들여놓았다 누군가가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증처럼 아려오고 가슴엔 하얀 무명 나비가 너울거린다 이젠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도 기다릴 수도 없는 세월 혼자 날리고 혼자 떠도는 모래바람 되어 오늘도 서걱인다 실타래처럼 긴 인연의 끈 놓지 못하고 가슴에 비 내리는 날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