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호 삼촌
사랑을 했다.
코 묻은 손 잡고 함께 뛰놀던 섬 계집애
무심히 바라보던 사내아이의 눈에
아득하게 짧은 현기증이 일고.
섬마을 구석구석 나누던 사랑
잘리운 머리카락처럼 툭- 떨어질까봐
이발관 의자에서 떨며 앉은 입영 앞둔 섬 젊은이
자꾸만 주머니를 뒤적거려도 두고 온 무엇을 찾을 수 없어.
파도 부서져
배가 지난 자리에 깊게 파이는 골
흔들리며 다가오는 섬
배보다 먼저 가 닿는 3년간 곱게 다린 그리움.
부서져 부서져 버린
섬 그림자 지우며
그리움도 지우며
돌아오는 뱃길
자꾸만 자꾸만 돌아다보는 뱃길
멀어져가는 섬
멀어져 가는
사랑
사랑을 보내고도
행여 돌아올까
삼십년을 그 자리 비워두고도
닻줄 끝에 매달리어 흔들리는 배마냥
그 배 기다리는 항구마냥
밥 먹을 때마다 목구멍 위로 얹혀지는 밥알들
소화되지 않은 사랑덩어리는
내장 속에 꽉 들어차 따뜻한 밥알에도 자리 비켜주지 않고
눈은 깜빠이기조차 힘겨웁다.
의사는 말한다.
".... 눈물샘이 말라서 그래요..."
닻줄을 푼다.
오늘도
가파도 섬자락에 낚시 드리우면
부서진 한조각 사랑이라도 낚아 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