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소묘
안개낀 해운대를 상상하세요.
청사포 앞바다엔
수채화같은 물빛 위로 피빛 동백꽃이 떠다니고
잔물결속에 덧없이 흘러간 청춘
나즈막한 절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수증기속으로 들어오세요.
드러누은 사지에 매달린 파도소리
동양화같은 풀빛 사이로 떠다니는 세월
어제같은 오늘이 가고
남아있는 자의 눈물..
사우나로 오세요.
바다를 향해 트인 통유리 너머
불륜의 싹이 자라나는 동해 끝 해운대 청사포 앞바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속삭이는
정물화마냥 싱싱한 채로 남아있는..
해운대를 아시나요?
달맞이 고갯길너머 아스라한 바다속
돌고래,칼치,오징어,고등어,메가리...
숨죽인 상어가 유리벽속에 갇혀있어도
어제 이미 사라져버린 전설
인어공주의 녹슨 칼날이 시퍼렇게
번뜩일 날은 언제..
언제였나요.
해운대의 안개가 걷히고
동백꽃 모가지 뚝뚝 떨어지는 날
돌아가지 말아
발목잡는 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