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안에서 바라보는 나뭇잎이 가을색입니다.
나뭇잎이 연두색일 때 우린 처음 만났습니다.
붙임성이 없던 나는 차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쑥스러움과 어색함때문에...
처음 손을 잡으면서 그대는 내게 물었습니다.
느낌이 있냐고...
모르겠다고 대답했었는데,지금은 내가 먼저 그대 손을 잡아 당깁니다.
신기합니다.
처음엔 그대가 나를 더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더 그대를 좋아합니다.
가을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그대에게 물들어 가는 나를 발견합니다.
처음엔 개구장이 같은 그대를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개구장이 같은 그대가 지금은 귀엽습니다.
열정적인 그대가 이상하게 보였는데
열정적인 그대가 있었기에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웃음이 많고,말을 많이 하고,음식을 잘 먹는 그대는
잘 웃지 않고,말수가 적고,먹는 걸 즐거하지 않는 나와는 대조적입니다.
그대와 난 같은 감성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지나간 팝송을 좋아하고, 슬픈 가요를 좋아하는 거...
지금도 옛 팝송을 틀어 놓고 있습니다.
그대는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고
난 차창 밖을 보고 있습니다.
아니요,지루하지 않습니다.
내 손안에 그대 손이 들려 있으니까요.
"나 사랑해?"
요즘 그대가 자주 물어보는 말입니다.
그러면 난 "아니"그럽니다.
깨어질까봐...
사랑은 유리같아서 금방 깨어질까 겁이 납니다.
지나간 내 사랑은 유리병 같았습니다.
그대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는다 합니다.
사랑은 미끄럽고, 얇고, 오래 간직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벌써 어두워집니다.
하늘엔 흐린 별이 두 개...
나뭇잎은 어스름 밤거리를 닮아갑니다.
테이프는 한 바퀴를 돌아 처음부터 다시 반복됩니다.
사랑이란 건...
다시 돌아 오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랑을 가지고 날 찾아 왔습니다.
그걸 나는 발견했고 느꼈습니다.
다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내 옆에 두고 바라 보겠습니다.
내 안에 담아 두고 지켜 보겠습니다.
나뭇잎 색이 서서히 바뀌듯...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한 사람이 떠나면 빈 여백이 남듯...
내 옆에 잠든 그대를 보면...
편안합니다.
외롭지 않습니다.
가을밤이 짙어 갑니다.
이제 그대를 깨워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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