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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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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퀴고 간 자리


BY 뜰에비친햇살 2002-09-02

▶할퀴고 간 자리(가슴 아픈 흔적 )

 
너른 뜰에서 피어나던 
통통하게 살찐 벼 이삭들의 
속살거리던 소리도 사라지고

밝은 전등 아래서 도란거리던
옛날 이야기도 자취를 감춰 버리고

평상에 둘러 앉아 한 소쿠리 쪄온 
옥수수 갉아 먹으며 떼구르르 구르던 
노래같은 그 웃음도 사라져 버렸다.

넋 놓고 앉은 촌노(老)의 얼굴엔
미소는 애저녁에 깊은 주름속에 덮여 버리고
진창 속에 나 뒹구는 삶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시름으로 흩어져 있건만

지친 몸 쉴곳도 마뜩이 없는 그들에게
왜 자꾸 그들은 물어 오는걸까?

상실의 늪은 너무도 깊은데...

무엇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가?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하나 더 보태주는
그들의 철없는 질문에 눈물로 대답 할 뿐이다.

마을을 잇던 오래된 다리와
동산 밑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던 
꿈이 열글던 그들의 집은 온데 없고,

붉은 사토가 뒤덮인 그 곳
추수가 끝나고 일찍이 불어 닥친 
초겨울 서리 같은 헛헛함이 남았을 뿐이다.

여름의 끝에서 건질수 있는건
넉넉한 자들의 작은 마음과 성원 뿐.

지금 그곳에 남은건
모든게 무(無)... 

(태풍 루사가 지나간 뒷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