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추석 밑에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고성 이씨 분묘 이장시에 발견한 미이라와 유품들을 공개한 적이있습니다. 시신을 염할 때 입혔던 옷가지 등이 우리 복식사나 풍습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하여 TV에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이라의 주인공인 이 응태의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낸 한글 편지 한 통이 약 450년 만에 같이 공개되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내가 구독하는 조선일보에는 그 편지의 일부분만 공개되었고, 나는 편지의 전문(全文)이 매우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쓴 기자의 전자우편 주소로 편지의 전문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수 차례 물었으나 답이 없어서 안타까움 속에 거의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며칠전 그 편지의 전문을 구했습니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나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나는 언제나 당신께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엿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는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 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